🔧🔨🛠 블로그 이전 준비 중입니다 🔧🔨🛠 2022. 12. 4. 22:37

쇼펜하우어는 나의 고교시절을 함께해준 단짝 친구이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나의 생각을 응축시킨 듯, 너무도 찰떡같은 제목이 나를 이끌어 보게 되었던 책이다. 

하고 싶은 말도 나와 같을까 집어 든 이 책을 통해 쇼펜 하우어를 처음 만났다. 

 

나는 이후 그에게 빠졌고, 그에 관한 책과 자료들을 훑어보며

그를 통해 나의 삶을 위안삼았다.

 

대체 어떤 삶을 살아 왔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지 안쓰럽기도 하고,

비슷한 모습엔 동감도 가고, 때론 웃음도 나고, 감탄이 일기도 하고.

그라는 존재와 생각들은 고독했던 나의 삶에 위로가 되었다. 

 

사람들은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 철학가라 했지만, 나는 그건 쇼펜하우어를 정말이지 모르는 말이라 생각했다. 

이제는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내가 느낀 쇼펜하우어는 누구보다 희망을 갖고 삶을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책 속의 내용은 불평 불만에 세상이 살아갈 가치도 없는 쓰레기 같은 곳이라 말하는 듯 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즈음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살아가야할 이유를 찾아가는 듯한 쇼펜하우어의 모습이 그려져 그런 그를 보며 나는 오히려 삶을 살아갈 희망을 느꼈다. 

 

삶이 이렇게 괴롭고 거지같다는 것을 그토록 구구절절히 읊을정도로 잘 아는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서 살아가며 살아야할 이유를 찾는다는 것. 

그것이 희망이겠지. 

 

덕분에 답답하고 외로웠던 고교시절을 잘 지내올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맙다. 

 

항상 사서에 책을 끼고 살던 나였지만,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책이란 매체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시공을 초월하여 존재를 잇는 책이란 매개가

정말이지 신비롭고 또 굉장하단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내 옆에 대화가 통하는 친구가 없어도, 몇 백년전, 지구 어딘가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었을 것이고, 몇 천년 후 우주 어딘가 내가 닿는 곳에서 또 다른 친구를 만날 수 있으니까. 

그 존재가 있을 수 있단 사실만으로도 나는 정말이지 큰 위안이 됐다.

그것을 알게 해 준 책이란 매개에도 고마웠다. 

 

또 나는 고교시절 책 외에도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좋아했는데,

책과 그림, 음악 등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보며

사람은 죽지만 죽지 않고, 존재는 영원하단 생각을 했다. 

 

창작은 그 사람의 영혼을 담는 행위이며,

따라서 창작물에 깃든 나의 영혼은 나의 육신과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관계할 수 있고, 어쩌면 내 육신의 수명보다 길 수도, 또 구전을 통한다면

그 작품을 통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잊혀질 때까지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죽지 않는 것은 존재하며,

이를 통해 존재는 영원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적당히 끊으려다 계속 작성하다보니 글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이 글을 다 읽었을 사람이 있을까 싶다.

 

아무튼 나는 육신에 한계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aka.자유로운 영혼 !